25.03.02 미국의 유엔 탈퇴 추진, 패권국의 손바닥 뒤집기

이옴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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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3. 2.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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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 유엔 탈퇴 법안 발의

 

미국 공화당에서 유엔(UN) 탈퇴를 추진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리 상원의원은 지난 20일 미국의 유엔 참여를 중단하는 법안을 제출하면서 "유엔을 위한 백지수표는 더 이상 없다"고 선언했다. 법안에는 미국의 유엔 재정 지원 중단, 평화유지활동(PKO) 참여 금지, 유엔 협약 철회, 외교 면책권 폐지 등이 포함됐다.

 

이 같은 움직임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본격화된 미국의 국제기구 탈퇴 기조와 맥을 같이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파리기후협정, 세계보건기구(WHO), 유엔인권이사회(UNHRC) 등에서 탈퇴를 지시했고, 이번 법안 역시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역할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2. 필요할 때는 활용하고, 불리하면 발 빼는 미국

 

미국은 그동안 유엔을 포함한 국제기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자유무역을 앞세워 세계 각국에 시장 개방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자국이 불리해지면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섰다. 동맹을 강조하며 무역 협정을 체결하지만, 필요하면 관세를 부과하며 경제적 압박을 가했다.

 

유엔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을 때는 유엔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점차 유엔이 미국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자 재정 지원을 끊고 탈퇴까지 고려하는 것이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국제 규칙을 활용하고, 불리해지면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꾸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3. 패권국의 책임을 외면하는 행태

 

미국이 유엔을 떠나면 국제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미국이 유엔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미국의 탈퇴는 유엔 운영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미국의 이러한 태도가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패권국은 단순한 강대국이 아니다. 경제력과 군사력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미국은 중국이나 러시아와는 다르다고 자부하지만, 국제기구를 대하는 태도에서 점점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유엔을 떠나면 그 공백을 중국과 러시아가 채울 것이고, 이는 결국 미국이 그토록 경계하는 국제 질서의 변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4. 미국이 놓치고 있는 것

 

이번 법안이 실제로 통과될 가능성은 낮다. 미국 내에서도 유엔 탈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고, 의회를 완전히 통과하기까지는 많은 난관이 남아 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이 중요한 이유는 미국이 국제사회를 대하는 태도가 점점 일방적이고 폐쇄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국제 질서의 주도권이다. 그러나 패권국의 자리를 유지하려면 힘뿐만 아니라 신뢰도 필요하다. 국제사회가 미국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미국의 영향력은 자연히 약화될 수밖에 없다. 손바닥 뒤집듯 국제 협약과 기구에서 탈퇴하는 행태가 반복된다면, 결국 그 피해는 미국 스스로에게 돌아올 것이다.

 

5. 미국은 정말 유엔 없이 더 강해질 수 있을까?

 

미국이 유엔을 떠난다고 해서 국제사회가 미국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미국이 떠난 자리에는 중국과 러시아 같은 경쟁국들이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유엔이 완벽한 조직은 아니지만, 세계 최대 경제·군사 대국인 미국이 자기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쉽게 등을 돌린다면, 이는 장기적으로 미국에게도 손해가 될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패권국으로서의 역할을 유지하려면, 단순한 힘의 논리를 넘어선 외교적 신뢰가 필요하다. 유엔 탈퇴 추진은 미국의 단기적 이익을 위한 선택일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스스로의 영향력을 갉아먹는 일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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