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25.11.30 세계의 절반을 받아안는 일
사랑을 시작한다는 건, 내 방의 창문을 열어 낯선 바람을 들이는 일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모르는 궤도를 도는 행성 하나가 통째로 내 마당에 쿵, 하고 내려앉는 일에 더 가까웠다.당신은 내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인디 밴드의 노래를 흥얼거리고, 나는 평생 입에 대지 않던 향신료가 들어간 쌀국수를 먹는 법을 배운다. 당신의 옷소매에서는 낯선 섬유 유연제 냄새가 나고, 당신의 말투에는 내가 가보지 못한 지방의 억양이 슴슴하게 배어 있다. 그렇게 당신은 내가 알지 못했던 세계의 새로운 절반을 내게 가져온다. 나의 좁고 편협했던 지도는 당신이라는 영토를 만나 비로소 수정되기 시작한다.그러나 사랑이 늘 달콤한 확장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당신의 등 뒤에는 내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시간의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