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1.01 그리움

그리움이란 참 묘한 것이다. 그것은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지만 어느새 마음 깊은 곳에 가만히 자리 잡는다. 마치 잔잔한 물결처럼, 평온한 마음을 흔들다가도 이내 조용히 사라진다. 그러나 그리움은 다시 돌아온다. 언제였는지 모를 어느 날의 기억과 함께, 아무 말 없이 찾아온다.

 

사람들은 말한다. 시간이 지나면 그리움도 옅어질 거라고, 모든 감정은 희미해지기 마련이라고. 하지만 그리움은 그런 법칙을 따르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오히려 그리움은 더 깊어진다. 그리움 속에서 우리는 그때 그 사람을, 그날의 장면을 더욱 선명하게 기억하게 된다. 그것은 마치 오래된 흑백 사진 속에서 문득 색이 돌아오는 것처럼, 다시 그 순간을 생생하게 되살려 준다.

 

그리운 사람을 떠올리면, 그 사람의 웃음소리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너무나도 익숙했던 목소리, 손끝에 닿았던 따스함, 그리고 그가 남기고 간 흔적들. 그 작은 흔적들이 마음속 어딘가에 남아 날마다 소리를 낸다. 그것이 문득 책을 읽다가, 혹은 낯선 거리를 걷다가 찾아올 때, 나는 알게 된다. 그리움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살아 숨쉬는 것이란 걸.

 

그리움은 어쩌면, 나를 나답게 만드는 가장 깊은 감정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내가 살아온 시간과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 내가 잃어버린 순간들에 대한 기억이다. 그리고 그리움 속에서 나는 여전히 그 시간과 그 사람들을 마음속에 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어느 날, 그 그리움이 조금이라도 채워질 수 있을까? 그리운 마음은 언제나 답을 찾지 못한 채, 가슴 한편에 남아 있다. 하지만 그리움 덕분에 나는 오늘도 그 기억 속에서 작은 위안을 얻는다. 그리고 언젠가 그 사람이, 그날의 풍경이 다시 돌아올 수 있기를, 그렇게 조용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