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2.22 퇴사

이옴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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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2. 22.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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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는 마치 오래된 문을 여는 일 같다. 매일 아침 열고 닫던 익숙한 문과는 다르다. 이 문은 어쩌면 한 번도 열어본 적 없지만, 늘 거기에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 문을 열기까지는 수많은 망설임과 고민이 필요했다. 손잡이를 잡고도 몇 번이나 뒤로 물러섰고, 마음을 다잡고도 발걸음을 멈추곤 했다. 문 뒤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더 그랬다.

 

퇴사는 단순히 회사를 떠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익숙함과 결별하는 과정이다. 매일 보던 사람들, 몸에 배어 있던 루틴, 출근길마다 떠오르던 생각들까지도 함께 두고 떠나는 일이다. 낯선 것을 선택하기 위해 익숙한 것을 뒤로 하는 일은 언제나 어려운 법이다. 하지만 그 어려움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나아갈 용기를 얻는다.

 

퇴사를 결심하게 된 순간, 사람들은 묻는다. "왜 떠나려 해?" 그 질문에 답하는 건 언제나 쉽지 않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그 안에는 어쩌면 단순히 더 이상 이곳에 머물 수 없다는 깨달음이 담겨 있다. 때로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스스로도 명확히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다만 확실한 것은, 내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그 직감뿐이다.

 

퇴사는 이별이다. 그러나 단순히 사람들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내 모습을 내려놓는 일에 더 가깝다. 일하면서 쌓아 올린 역할과 책임, 그리고 그 안에서 만들어진 자아를 벗어 던지는 일이다. 그 빈자리가 처음엔 두렵지만, 그것이 새로운 나를 만들어갈 공간이 될 것이다.

 

그리고 문을 열고 나서는 순간, 예상치 못했던 공기가 느껴진다. 낯설고 조금 차갑지만, 그 안에 묘한 자유로움이 있다. 그것은 두려움과 설렘이 섞인 복잡한 감정이다. 퇴사는 끝이 아니라, 다른 문을 열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것을 그제야 깨닫는다.

 

나는 문을 열며 다시 다짐한다. 지금 이 선택이 옳았는지는 나중에야 알게 되겠지만, 최소한 내가 선택했기에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그리고 그 문을 닫는 순간, 나의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것이다. 퇴사는 끝맺음이 아니라, 나를 위한 새로운 시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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